광고

[칼럼] 시련을 훈련으로 여겨보자

덕암 김균식 | 기사입력 2021/07/16 [08:52]

[칼럼] 시련을 훈련으로 여겨보자

덕암 김균식 | 입력 : 2021/07/16 [08:52]

 

나름 애썼지만 4단계 방역지침이 내려졌다. 어젯밤에는 서울 도심에서 자영업자들이 죽을 만큼 힘들다며 아우성이고 열대야의 밤은 삼복 더위 속에 찌는 듯한 폭염까지 기승을 부렸다.

다들 힘들다고 한다. 유난히 어렵다고 한다. 언제는 살만했는가. 굳이 비교하자면 6·25전쟁 직후보다는 쉽고 경신대기근 보다는 살만한 게 요즘 아니던가. 흔히들 징징거린다고 달라질건 없다고 한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 중 두 번째 여름을 맞이했다. 훗날 이 글이 후손들에게 어떤 기록으로 해석될지 알 수 없으나 2021년 여름은 유난히 더운 계절이다.

질병으로 인한 방역 지침이 여름밤 공원으로 나오지도 못 하게 하고 단골 메뉴로 갈증을 해소하던 치킨과 생맥주조차 못 마시게 가게는 일찌감치 문을 닫았다.

공원마다 야외풀이 설치된 어린이 풀장에는 2년째 바싹 마른 바닥에 사람이라곤 그림자조차 없다. 평소 같았으면 야외수영장과 인공풀장은 아이들의 요란한 환호성과 함께 물장구를 일으켰을 것이다.

불안한건 강과 계곡과 바다도 마찬가지다. 서울과 수도권은 그렇다 치더라도 강원도까지 확산된 코로나19는 여름 한철 휴가때 대목을 보려는 해수욕장 상인들까지 울상을 짓게 만들었다.

어쩌다 2019년 여름이 그토록 그리운 날이 되었을까. 가고 싶은 곳이면 언제든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물장구 치며 냇가에 담가 놓은 수박을 잘라먹던 자유가 있었다. 그 자유와 행복, 있을 땐 몰랐다.

겨우 잠잠할까 싶었던 코로나19가 다시 대유행을 시작하면서 향후 어떤 규모와 속도로 번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피 끓는 청춘들이 먹고 마시며 이성 간에 뜨거운 추억을 만들어야 하는데 꾹꾹 눌러 틀어막는다고 막아질까. 마치 풍선효과처럼 어느 한 곳을 누른 만큼 다른 곳이 불거지기 마련이다.

몰래 숨어 마시던 술자리는 엄청난 중대 범죄자로 치부되어 언론의 1면을 장식했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정부의 말만 잘 듣던 국민들이 이제 서서히 의구심을 표한다. 시키는 대로 했더니 굶어죽기 딱 좋다며 밤새 항의하고 벼랑 끝에 몰린 서민들이 울분을 토한다.

초반에 문재인 대통령이 일상으로 돌아와도 좋다고 했다가 곤욕을 치렀고 최근에는 백신 예방 주사를 맞은 국민들은 곧 마스크를 벗어도 될 것이라는 기대를 걸었다가 4차 대유행에 입도 뻥긋 못하는 신세가 됐다.

한때 확진자가 줄어들자 정부의 K방역이 우수하다며 자화자찬에 빠지지 않았던가. 말대로 하자면 지금 4차 대유행은 누구 탓인가. 확산을 막은 게 정부 방역 덕분이라면 다시 확산되는 대유행도 정부 탓 아닌가. 가을이면 과일은 저절로 익는다. 마치 정부가 익힌 것처럼 생색내지 말고 확산되는 대유행의 차단 방법이 무엇인지 더 늦기 전에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발표해야 한다.

하루 세끼 한 번도 굶을 수 없는 입이 5.000만개다. 수입은 한정되고 그나마 계약직이나 아르바이트 일자리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당장에야 덕을 본 것 같지만 실제 고용을 꺼리는 덕분에 실직은 늘어간다.

상식적으로 계산해보면 일자리는 찾는 자 만큼 제공자가 있어야 하는데 삼시 세끼 굶지 않고 먹여 살리려면 지금 같은 정책에서는 불가능하다 볼 수 있다.

어제도 문재인 대통령은 2025년까지 한국판 뉴딜 총 투자 규모를 기존의 160조원에서 220조원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의 엄중한 상황을 맞았지만 한국판 뉴딜은 계속 전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국민이 따로 국밥이다. 당장에 죽을 맛이라며 밤샘 농성을 하는데 정부는 청년 일자리 운운하며 한국판 뉴딜로 천문학적 예산을 논한다.

임기 1년도 안 남은 대통령이 4년 앞까지 설계하고 그렇게 잘할 것이면 지난 4년 동안 뭘 하다가 지금 와서 빚만 늘어난 현실을 고려하지 못하고 장밋빛 청사진을 제공하는가. 오늘도 방송에는 대선후보들의 선호도 조사 결과가 마치 인기투표하듯 공개된다.

이재명, 윤석열, 이낙연, 추미애 등등 낯익은 이름들이 연일 국민들의 기억속에 각인된다. 신문·방송이 이러는 동안 정작 필요한 뉴스는 뒷전이다. 국민들의 아우성과 후보들의 환호성이 적절히 섞인 현실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대통령, 그 자리는 한여름 모기떼에 나체의 몸을 맡기는 자리라했다. 현 정부가 빚만 남기고 부동산 정책의 실패와 인선의 실패라는 오명 속에 허덕이는 국민의 미래까지 모두 해결해야 하는 중대한 책임을 통째로 맡아야 하는 자리다.

청와대만 들어가면 금의환향하는 것 같지만 깜냥이 안 되는 자가 용상에 앉으면 하루가 천 년 같은 가시방석이다.

다른 때는 몰라도 이번 대통령 자리는 피하는 게 좋다. 아예 목숨 걸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신의 안위를 배재할 자신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적어도 임기 5년 동안 50년은 늙어야 마칠 수 있는 시기적으로 소용돌이의 중심자리다.

하지만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 했던가. 지금의 시련을 훈련으로 승화시키며 나라와 국민을 새로운 미래로 인도할 수 있는 리더가 탄생한다면 그만한 행운이 어디 있으랴. 정당이 없어 패거리문화에 휘둘리지 않아도 되는 자, 인맥에 신세진 게 없어 당선되어도 소신껏 인재를 기용할 수 있는 자, 돈 선거를 배제하여 당선 이후에도 발목 잡히지 않을 수 있는 자, 서민들의 마음을 이해하여 눈높이 덕정을 펼칠 수 있는 자가 수고를 해준다면 가능할 수도 있는 일이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