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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암 칼럼] 말리는 게 아니라 제대로 하자는 거다

덕암김균식 | 기사입력 2021/07/02 [09:10]

[덕암 칼럼] 말리는 게 아니라 제대로 하자는 거다

덕암김균식 | 입력 : 2021/07/02 [09:10]

지난 6월 30일 화성시가 화성 함백산 추모공원 개원식을 열었다. 2011년 7월 사업을 시작한 지 꼭 10년 만이고 전국 최초로 부천, 안산, 안양, 시흥, 광명 등 인근 지자체까지 사용할 수 있는 공동시설이다.

화성시 매송면 숙곡리 산12-5번지 일원 부지 30만1146㎡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 3개 동을 포함, 화장로 13기, 장례식장 8실, 자연장지 2만5300기, 봉안시설 2만6514기를 갖춘 종합장사시설로 조성됐다. 총 사업비는 1714억 원에 화장시설 사용료는 6개 시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시민은 16만 원, 관외 거주자는 100만 원으로 책정됐다. 경기 서남부권 약 383만 시민들이 수혜자라 볼 수 있는데 장례 이후의 막힌 숨통이 터진 셈이다.

먼저 해당 지역의 시민들에게는 마지막 보내는 고인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훨씬 줄일 수 있고 추모공원의 엄숙하고 비통한 분위기 보다는 평화와 안정을 주는 첨단시설이 갖춰져 있다. 이번 개원에 앞서 얽힌 사연을 소개하자면 당초 추모공원은 안산이 먼저 시작했다.

2010년 6월 2일 제5대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시김철민 前 안산시장이 야심 찬 계획과 함께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사업이다.

임기가 시작하면서 장소 선정에 대한 논란이 시작됐고 2010년 12월부터 본격 추진한 이래 2013년 7월 전면 백지화까지 약 3년 동안 양상동 추모공원 사업은 하루도 조용할 날 없었다.

지금이야 20대·21대 국회의원을 연임하면서 중후한 모습을 갖췄지만 추모공원을 추진할 당시만 해도 당선된 직후라 그의 의지는 하늘을 찔렀다.

모든 언론은 물론 든든한 지지기반이었던 재안산 호남향우회와 평소 친분이 있던 지인들까지 감히 그 누구도 김 시장의 사업추진에 토시를 달 여지가 없었다.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양상동 화장터 사업은 추진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제동을 걸었던 필자의 보도를 시작으로 양상동 주민들과 치열한 전쟁이 시작됐다.

대대로 농사만 짓던 농민들과 겨우 지역 주간신문에 불과한 필자의 연대는 거대한 힘의 논리 앞에 연일 고난과 핍박의 연속이었다.

충성으로 일관하던 공보담당관은 행정 광고 중단에 보도자료까지 배제하고 사소한 문구 하나 트집 잡아 필자의 가족까지 묶어 고소하는 건 기본이었다.

당시 필자는 추모공원은 필요하다.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절차에 불법이 있으니 훗날 죄 없는 공무원들을 희생시키지 말고 제대로 하자였다.

누구의 관심이나 협력 없이 1년 반을 싸우다 안산시의회에 방관을 지적했고 그렇게 시작된 안산시의회 특별조사위원회에 의해 하나 둘씩 문제점이 발견되자 이번에는 반대 위원회와 맞붙을 설립추진위원회가 구성되어 민민 갈등이 시작됐다.

시의 무리한 사업 추진에 시민들 간에 멱살을 잡고 폭행사태까지 벌어지는 행태를 보며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특위의 조사로 하나 둘씩 사업의 투명성이 약해지자 뒤늦게 방관하고 묵인했던 언론들이 합세했고 결국 3년 만에 해당 사업은 막을 내렸다.

물론 무리하게 추진하던 과정에 소요된 행정력, 벤치마킹 한답시고 외국 출장 다니며 물 쓰듯 세금을 쓴 부분이나 각종 예산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그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아니면 말고 식이다. 훗날 10년의 세월이 흘러 오늘처럼 화성의 함백산 추모공원 개장식을 지켜보며 만감이 교차한다.

제대로만 했더라면 안산에 건립되었을 함백산 추모공원, 막대한 예산 낭비와 도덕적 치욕을 남기고 끝나 버린 양상동 화장터 사건은 그렇게 종결될 무렵, 유사한 사건이 또 재연되어 대체 이 도시가 어디로 가려는지 막연하기만 하다.

양상동 화장터 건립사건이 시작된지 정확히 10년 만인 2011년 7월 1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를 위한 416 생명안전공원 청사진이 발표됐다.

두 개의 건축물 사이 화랑저수지를 향한 열린 공간 구조에 화랑유원지 명품화는 물론 시민들의 복합 문화공원이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붙었다.

시장 출마 당시 세월호 추모공원에 대해 시민에게 물어보고 하겠다고 큰소리치던 윤화섭 안산시장은 2021년 7월 1일 생명안전의 공간적 거점으로 자리 잡을 416 생명안전공원 공모에 참여해 주신 국내외 전문가 여러분들께 감사하다며 차질 없이 조성될 수 있도록 정부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세월호 납골당은 처음 겪는 일임에도 마치 10년 만에 있었던 양상동 화장터가 떠오르며 왠지 낯설지 않은 데자뷰를 느낀다.

2011년 당시의 무리한 화장터 사업 추진의 주인공과 지금의 당선 무효형을 받고도 안산지역 사회에 초대형 공동묘지를 건립하려는 윤화섭 시장의 공통점은 시민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윤화섭 안산시장이 출마할 때 마이크 잡고 큰소리 치던 연설이 엊그제 같지만 이렇게 말 바꾸기를 잘 하는 안산시장이 당선 무효형을 받은 바로 다음날 자신을 이민위본의 선례로 자찬하는 것은 상식과 도덕을 넘어 자포자기 상태에 직면한 것이 아니고 뭐라 받아드려야 할까.

‘이민위본’ 백성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뜻인데 도심 한복판에 시민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수백 기의 납골을 유치하면서 이롭게 한다. 지나가는 소와 개가 웃을 일이다.

필자의 의견은 다르다. 아무리 좋은 시설이라도 이 도시의 주인공인 시민들에게 해당 시설이 어떤 시설인지 제대로 설명하고 동의를 얻은 다음 시행하는 것인지 부터 말해야 한다.

터진 입이라고 온갖 미사여구 갖다 붙이며 시장 자리가 천년만년 하는 것도 아닌데 불과 수 십 년만 지나도 지금의 초등학생들이 기성세대가 되어 늙은 현 세대에서 지금의 상황을 추궁한다면 뭐라 답할 것인가.

필자는 말리는 게 아니라 어차피 하려면 형식적인 절차로 땜질하지 말고 지금의 시민들에게 찬성을 구한다면 그 책임을 면책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올 하반기 기본설계에 착수해 2022년 착공, 2024년 준공을 목표로 강행된다. 정부의 정책에 짹소리 못하고 시민들의 미래야 어찌 되건 말건 일신의 안위를 구하는 것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더 막막한 건 아무 관심 없는 시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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