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칼럼] 일본인의 자화상 아베 신조 전 총리

덕암 김균식 | 기사입력 2021/07/23 [08:59]

[칼럼] 일본인의 자화상 아베 신조 전 총리

덕암 김균식 | 입력 : 2021/07/23 [08:59]

 

임진년(1592년) 조선을 쳐들어온 일본은 2달 만에 한양을 점령, 이미 겁을 먹고 도주한 선조로 인해 텅 빈 궁궐에 진입하고도 리더의 부재에 할 말이 없었다고 전해진다.

일본에서는 성주가 성을 버리고 줄행랑을 치는 일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기에 당시 조선의 수준을 한눈에 보여주는 단면이 됐다.

여기까지는 조선인들의 비겁함이 드러났지만 전라남도 해안을 거점으로 왜군을 섬멸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용맹함이 있었기에 어느 정도 물 타기 될 수 있었다.

세월이 흘러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일본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자폭탄 투하로 인해 일왕이 항복하자 전쟁터 곳곳에서 할복 자살로 소위 황군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도 허다했다.

특히 해전에서 함장은 부하들을 살리는 대신 끝까지 전함과 함께 침몰하며 장렬한 전사를 택하며 죽는 순간까지 반사이(천황폐하 만세)를 외쳤다.

이렇듯 일본 군인의 비장한 각오는 가미카제라는 자살부대를 편성, 젊은 군인들이 개인의 목숨보다 국가의 승리를 위해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일을 명예롭게 여기도록 만드는데 기인하기도 했다.

비단 전쟁뿐만 아니라 작금의 사회에서도 지도자는 주어진 권한에 버금가는 책임도 동반한다. 무릇 리더와 조직의 구성원은 그 기능과 역할이 다르며 상황판단과 언행이나 처신도 다르다.

부하직원이 실수하면 지휘 책임을 지고 물러나거나 극단적인 경우 장엄한 죽음으로 살아서 치욕보다 죽어서 명예를 선택하기도 한다.

사설이 길다. 결론부터 논하자면 일본의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유치의 주역이자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개최를 결사항전 하듯 밀어붙인 장본인,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3일 개회식에 불참하기로 결정하면서 일본 국민들 사이에 분노와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소위 그 잘난 민족답지 않은 모습이다. 텅 빈 개막식에 전세계 많은 인사들이 외면한 도쿄올림픽은 처음부터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판단과 영향력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었다. 작가가 작품 전시회에 빠진 것이다.

이번에는 일본의 방송 매체인 NHK가 아베 전 총리가 도쿄올림픽 개회식 참석을 보류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아베 전 총리는 도쿄에 코로나19 긴급사태가 선언됐고 대부분의 경기가 무관중으로 실시되는 점 등을 고려해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아무도 오지 않더라도 당사자만은 왔어야 하며 설령 경기가 취소되어 텅 빈 운동장에 혼자라도 서 있어야 했다.

그게 일본 민족만의 전형적인 오지랖 넓은 모습이자 침몰하는 전함의 함장으로서 장렬한 최후를 맞이하는 지도자의 모습이다.

백년 전 일본의 사무라이들이 싸움에 졌을 때 어떤 모습으로 상황에 책임을 졌는지 안다면 아베의 이번 처사는 일본인 전체의 자존심을 송두리째 버리는 것이니 진배없다.

일본 자국에서도 국민들의 원성이 자자하다고 하지만 자기네들끼리 지지고 볶을 일이 아니라 국제적 망신을 사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일본은 이번 올림픽 개최를 통해 많은 걸 얻게 됐다. 욱일기를 흔들며 아직도 군국주의 망상에 젖어있음을 보여 주었고 한국과의 영토분쟁을 대외적으로 표출하여 침략국이자 전범국가로서 여전히 잔재가 남아 있음을 보여주었다.

잔치를 벌여놓고 일국의 대사관이 다른 나라 대통령을 자위 운운하며 비하 발언을 통해 일본의 정치적 수준을 보여주었고 풀지 못한 한·일간의 역사적 숙제를 이리저리 발뺌하며 스포츠 경기에 물타기 하는 무식한 외교를 벌였다.

잔치를 벌인 주인공이 엉망이 된 개막식에 나타나지 못하고 슬그머니 꽁지를 빼는 형국이 되고 보니 한때 정권유지에 대한 욕심이 지금의 화를 불러 오는 동기가 됐다.

사실 현실적으로 남의 일도 아니다. 한국에서도 정권유지 욕심에 죄 없는 국민들만 등허리가 휘청대는 일이 한 두 건이었던가. 일일이 세자면 밤을 새도 모자라고 지금 이 글의 핵심이 자국보다 일본의 처세에 대한 것이다 보니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필자가 간간이 하는 말 중에 초등학생이 컵을 깨도 반성문을 쓰거나 보호자가 변상을 하는 게 당연하거늘 어째 일국의 총리가 국제적인 잔치판을 벌여 놓고 나설 때와 물러설 때를 구분하지 않고 나대다가 막상 판이 어려워지니 슬그머니 꽁지를 빼는 형상이다.

일을 하다보면 천재지변이나 질병을 예상하지 못하는 것이고 상황에 따라 추후로 연기하거나 때를 기다리는 인내도 있어야 한다.

일단 밀어붙이면 다 될 것으로 착각하고 무리한 추진의 역효과는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 상황은 당장이라도 언제든지 올림픽 경기가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이던 지난해 3월 IOC 등과 협의해 올림픽 연기를 결정할 때 아베 당시 총리는 코로나19 상황이 불투명하니 2년 연기가 바람직하다는 모리 요시로 당시 올림픽조직위원장 등 현장 의견을 뭉개고 1년 연기를 고집, 관철시켰다.

여기에는 자신의 재임기간인 2021년 9월까지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었다. 아베는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명예 최고고문을 맡고 있으면서 최소한의 예의도 외면한 셈이다.

앞선 자가 이러니 뒷선 자에 해당되는 도요타자동차, 파나소닉 등 이번 올림픽의 월드와이드 파트너들조차 개막식 불참을 선언한 것은 당연한 순리다.

이제 일본은 욕심이 화를 부른 대가를 치를 일만 남았다. ‘타산지석’이라 했던가. 한국에서도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구속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문재인 정부의 정당성이 어떤 관련이 있으며 차기 대통령은 어떤 인물이 되어야 하는지 국민들이 보고 배우며 우리는 저러지 말아야지 하는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PHOTO
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