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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문명과 문화는 동반 성장해야 한다

덕암 김균식 | 기사입력 2021/04/21 [09:27]

[칼럼] 문명과 문화는 동반 성장해야 한다

덕암 김균식 | 입력 : 2021/04/21 [09:27]

 

▲ 덕암 김균식 회장     ©

 
옛날 아주 먼 옛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얘기가 아니라 불과 50년 전의 일이다.

지금의 눈부신 대한민국의 발전은 상상도 못할 시기에 대도시를 제외하고 전기조차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수돗물 대신 동네 우물이나 공동수도에 물동이를 이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연탄불이나 석유곤로로 밥을 하고 목욕이라고는 명절이 돼서야 할 수 있었으며, 화장지 대신 신문지조차 고급이었던 위생문화는 푸세식 공중 변소에 남녀가 따로 없었다.

필자가 당시 초등학교 재학시절 흑백 텔레비전이 동네에 한 두대 정도 보급되던 시기에 놀이문화라고는 제기차기, 비석치기, 여자 아이들은 고무줄 놀이나 공기돌 놀이가 전부였지만 골목마다 웃음과 함성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먹거리 라고는 달고나, 말라 비틀어진 쫀득이나 뻥소리가 나면 쏟아지는 강냉이만으로도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다.

청소년들은 어땠을까. 만화책 한 권과 롤러스케이트장에 모여 아이스크림 하나면 폼나던 시절이 있었고, 성인들은 자동차 대신 자전거나 오토바이만 있어도 대단한 자부심에 뿌듯해 하던 날들이 분명 있었다.

농촌에는 소가 쟁기를 달고 밭을 갈던 풍경이 자연스러웠고 어쩌다 지나던 완행열차는 보기만 해도 여행의 참 멋을 공감케 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웃 간에는 아침마다 빗자루를 들고 모여 골목을 쓸고 어쩌다 잔치라도 벌이면 온 동네 사람들이 품앗이로 모여 음식도 하고 집집마다 접시를 돌리며 나눠 먹던 우리 고유의 훈훈함이 있었다.

우리네 어머니들은 산고에 어금니를 물고 5남매·7남매 출산을 하면서도 어미젖을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 채우며 똥냄새로 아가의 건강을 감지할 수 있는 진단 능력을 갖추었으며 힘든 가사노동에도 불구하고 눈빛을 맞추며 왜 우는지 쉽게 알아 맞히는 정으로 키우셨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불사했으며 노부모를 위해서는 당연히 종신토록 모시는 것이 기본이었다. 그리고 50년, 물질문명의 발달은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현대인들의 생활은 위에서 언급한 것과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편리함과 윤택함의 극치를 달리며 달라진 생활상을 누리고 있다. 문제는 물질적 성장에 버금갈 만큼 정신적 성장도 동반되어야 했다.

그때도 행복했다면 지금은 더 행복해야 맞는 것이다. 그럴까. 길 가는 아무나를 잡고 물어보라, 지금이 행복한가. 집집마다 밸브만 틀면 수도가 나오고 전기가 들어와 밤과 낮이 구분되지 않으며 먹고 싸는 공간이 함께 있어 편리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웬만한 생활의 불편함은 가전제품의 발달로 손가락만 까딱하면 다 해결되며 방마다 두께도 얇은 TV가 수백개의 채널로 세상 모든 변화를 목격할 수 있다. 집집마다 승용차는 기본이요 철저한 개인주의와 애·어른이 사라진지 오래다.

초고속 KTX에 크루즈 여행이 대세이며 해외여행 한번 안 가 본 사람이 없을 만큼 세상은 달라졌다.

그렇다면 과학의 발달에 동행하지 못했던 현재의 모습은 마치 질주하는 가속페달만 있었지 때로는 속도를 조절해야하는 브레이크 페달이 없는 것과 같다.

못 먹어서 배고팠던 시절이 살을 빼느라 힘들어 죽을 만큼바뀐 것이며 과속으로 달리다 보니 정작 창밖의 풍경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발전은 누리돼 걸맞는 영적 성장이 동반되지 않으면 기형적인 결과로 남게 된다. 편리함이 나태함으로 이어지고 자유가 방종으로 변한다면 차라리 그 발전, 아니함만 못하다.

아이들은 서로 어울려 힘쓰고 머리쓰고 손동작으로 지혜를 키우는 반면 스마트폰에 꽂혀 많은 시간을 보내고 밥상머리 교육은 꼰대들의 권위로 인식되어 우유 한 잔과 과자 부스러기로 끝나 버린다.

어리석은 국민들은 무책임한 선거를 통해 지각없는 정치인을 낳고 그 정치인은 행정의 가치를 곤두박질치게 하며 그 페달은 고스란히 빗나가 과학발전의 오류가 낳은 산물이 현재의 모습이다. 청소년은 바늘구멍을 두고 서로 경쟁하는 사이가 되어 각자의 자질향상은 꿈도 못꾼다.

지금의 30대는 몸둘 곳 없는 세대이고 20대는 살아갈 희망이 없으며 10대의 삶은 어찌될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미래가 우려된다. 현재의 세대야 어찌하든 살아질 것이다.

10년이나 20년 뒤 서울·부산을 하이퍼루프 열차가 17분에 왕래하고 하늘을 떼지어 날아다니는 드론택시와 자율주행의 상용화로 졸음운전이 옛날이야기가 될 때 다른 것은 몰라도 개인주의, 애·어른의 질서, 인간성 회복도 같이 성장해야 사람사는 사회가 될텐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지금의 기성세대가 지금처럼 살아서 과연 후손들에게 사람대접 받으면 공존할 수 있을까. 거덜 난 국고에 적자 우려가 심각한 국민연금에 사무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종말과 삭막한 인간관계가 전부인 세상이 온다면 틀림없이 오고야 마는 노령의 날들을 어찌 보낼 것인가.

물질문명의 발전은 과하면 아니함만 못한 것이다. 전세계가 변하는데 당연히 우리나라도 변해야 하지만 우리 민족 고유의 영적인 가치관도 같이 성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계의 중장기적인 대안마련과 과학기술부의 체계적인 브레이크 페달도 준비되어야 한다.

편리함은 일시적이지만 반대급부로 빚어지는 현상에 대해서도 신중히 고려하여 선진문물을 받아들여야 한다.

마치 검증없이 마구잡이로 수입하여 우리 민족의 특성조차 분실되는 그동안의 전철을 이제는 속도 조절하여 우리 후손들의 안녕까지 고려해야 한다.

‘제54회 과학의 날’을 맞이하여 문명과 문화가 함께 동반성장 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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