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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문화, 이제 제도적으로 시행하고 정착할 때”

문기주 | 기사입력 2021/04/12 [09:53]

“기부문화, 이제 제도적으로 시행하고 정착할 때”

문기주 | 입력 : 2021/04/12 [09:53]

 

▲ 문기주 회장     ©

 

자선이란 인정과 자비 등의 무형적 온종 행위와 경제적 원조를 두루 포함하는 말이다. 자본주의의 중심에서 살다보니 경제적 원조가 자선을 통칭한다고 인식할 수 있으나, 사실 자선은 타인에 대한 인간의 긍정적 에너지를 두루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 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위인을 만들기도 하고 범죄자를 양산할 수도 있으니, 인간의 말과 행위는 예상치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자선이란 원초적으로 인간에 대한 사랑과 애정을 바탕에 기인한다.

 

안도현의 시 너에게 묻는다에서 나온 구절은 강한 울림을 준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누구나 한번쯤 들었을 법한 이 시구절이 우리 내면에 주는 공명은 자선의 의미와 직결된다. 연탄재처럼 한번이라도 누구에게 따뜻함을 줄 수 있었는지 돌이켜보면, 고개가 숙여지기도 한다. 한 편의 시가 한 인간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는 동시에, 사회 구성원에게는 따뜻함에 대해 한번더 생각해 보는 계기를 주고 있다.

 

자선의 경제적 의미를 한번 생각해 보자. 한국이 경제 성장의 과도기를 거쳐, 성숙기로 나아가면서, 사회 복지는 촘촘해 지기 시작했고, 결국 국가적 재정 이외에도 기부와 사재 출연은 우리 사회의 소외 계층의 삶을 지탱해 주는 주요 원천이 되고 있다.

 

국세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국내 기부금 총액은 지난 2018년 기준 139000억원에 육박한다. 지난 20년 평균 개인기부금 65%, 기업기부금은 35%이며, 1998년 이후 개인기부금 총액이 기업기부금 총액을 앞지르고 있다. 개인의 기부금이 국내 굴지 기업의 기부금을 앞지르는 사실만으로, 한국인의 성숙된 시민의식을 엿볼 수 있다.

 

한편 세계 자본주의의 중심인 미국의 경우, 미국인들의 가구 평균 수입의 2%가량이 기부금으로 지출하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미국의 기부와 자원봉사(GVUS) 연구에 따르면 약 70%의 미국 가구가 기부에 참여한 경험이 있으며, 둘 중 한명은 자원봉사에 참여했다고 보고했다. 특히 미국인들의 50%가 한달에 2시간 이상 다양한 형태로 자원 봉사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 한국은 가족이나 특정한 공통체 울타리를 중심으로 한 한정적 기부인식이 지배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부조금과 부의금 문화에 한정된 문화는 이타적 인식에 바탕하기 보다는 체면문화가 강한 우리나라 특유의 폐쇄적 기부문화라 볼 수 있다. 조건없고 경계없는 기부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모습이다.

 

이제 기부문화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나의 경제활동의 잉여산물을 선심쓰듯 베푸는 것이 아닌, 삶의 일부로 인식하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단체나 소규모 자선단체가 자생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필요하며, 보편적 기부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적·문화적 기반이 필요하다.

 

기부를 실천하는 공동체나 개인에게는 그에 걸맞는 보상도 필요하다. 기부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들의 특권이 아닌, 누구나 타인을 돕는 선한 의지가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문화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유·무형적 도움을 받는다. 인간은 세상에 맨몸으로 던져진 존재다. 가깝게는 가족의 조력으로 성장하며, 나아가 사회적 혜택 또한 누군가의 희생과 배려로 인한 자선의 결과물이다.

 

과세의 의무를 지닌 모든 사람들이 사실상 간접적 기부를 실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진일보한 자선이 제도적으로 정착할 때, 우리가 꿈꾸는 복지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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