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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판국에 판도라 상자를 열어야 할까

덕암 김균식 | 기사입력 2021/03/05 [09:07]

[칼럼] 판국에 판도라 상자를 열어야 할까

덕암 김균식 | 입력 : 2021/03/05 [09:07]

▲ 덕암 김균식 회장     ©

예상했던 일들이 터지기 시작했다. 어제 올린 칼럼의 너도나도 해 처먹는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은 새삼 오두방정 떨 일이 아니라는 짐작과 함께 하필이면 이 난국에 이슈가 되어야 할까 싶다.

광명·시흥 토지에 대한 투기여론이 일자 부산에서도 가덕도공항부지에 오거돈 시장과 관련된 토지구입 사태가 불거졌다. 가덕도로 진입하는 길목에 2만 평이 넘는 땅을 보유하고도 개발을 공약한 것은 내 땅값 올리기나 마찬가지로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거나 진배없다. 광명·시흥, 부산뿐일까. 터트리면 해결 방안은 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이리저리 대추나무 연 걸리듯 얽힌 인맥들이 두루미 엮듯 줄줄이 걸려 나올텐데 아예 시작을 말거나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가 고발하지 않았다면 그냥 넘어갈 일이었다. SNS에서는 투기공직자들의 직급이나 연령대까지 언급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가운데 제보자에 대한 내부고발의 원인까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광명·시흥 지구에서 13명의 LH 직원들이 땅을 사들인 것으로 잠정 파악된 가운데 전·현직 직원 중 1명이 한 때 3기 신도시에 포함된 사업단장을 맡은 데다 약 58억 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대출이 모두 농협의 한 지점에서 이뤄져 조직적인 투기라는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일단 어제 적발된 LH 직원은 총 15명으로 현직은 13명, 전직은 2명에 2013년 광명·시흥 사업본부에서 근무한 직원이 광명·시흥 지구에 토지를 구매하는 것도 밝혀졌다.어제 오후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현직 국토부장관인 변창흠 장관이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재임시절 이뤄진 일이라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국민적 공분을 가라앉히기에는 역부족이다. 국토부가 발표한 조사결과를 보면 직원 13명이 사들인 시점이 모두 2015년 이후 신규 후보지 관련부서 및 광명·시흥 사업본부 근무자가 아니기에 전수조사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기에 다른 부분에 대한 조사도 같은 논리라면 하나마나다.

이 같은 고급 정보는 지역의 자치단체도 공유하게 되는데 충분히 투기의혹의 대상임에도 지자체는 제외됐다. 신도시 대상 지역은 환경·교통·재해·인구영향 평가 및 광역교통개선대책 수립, 에너지사용계획 협의, 지하매설물 협의 등 지구단위 계획 결정까지 수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기에 정보를 공유해서 투기를 했다면 얼마나 가슴 졸이고 있을까. 조사를 하려면 정보를 알만한 대상을 가리지 않아야 하는데 지금 같은 방법으론 불가능하다.

대체 어디까지 썩은 것일까. 일명 온갖 정보를 다 받을 수 있는 국회의원이나 기관원들도 조사대상에서 자유롭지 않아야 한다. 만약 차 떼고 포 떼고 성역을 둔다면 이번 수사는 대대적인 쇼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코로나19로 우울한 국민들한테 분노라는 기름을 붓는 격이나 다름없다. 이러고도 국민들한테 열심히 각자의 본분을 다하라면 앞뒤가 안 맞는 말이다.

도덕적 부당함과 법률적 처벌은 별개 문제다. 업무상 얻은 정보로 투기했다면 그나마 처벌이라도 할 수 있지만 귀동냥이라면 어찌해 볼 수 없는 것이다. 관련 당사자들 나이도 대부분 50대 라는데 얼마 있으면 퇴직할 사람들이 뭘 겁내겠는가. 조사지역도 그 범위를 3기 신도시가 아닌 3기 신도시와 그 연접부지까지 포함해야 한다.

사실 개발지 보다 주변 토지의 요지는 따로 있는데 상업부지나 기타 특별한 용도가 있다면 이 또한 대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이 처음일까.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2000년대 초 성남 판교와 화성에 신도시 조성계획을 발표한 뒤 재계 인사들과 차관, 경찰청장, 감사원 감사위원, 마사회 회장, 정치인들의 해당부지 소유 사실이 알려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 십 배에서 수 백 배의 불로소득을 챙겼지만 유야무야 지나갔다.

2018년에도 3기 신도시 지정을 앞두고 고양 원흥 지구의 개발 도면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해 챙길만한 사람은 다 챙긴 뒤 터진 사건도 있었다. 이번일에 대한 수사를 착수해서 투기혐의가 드러났다고 치자 처음일까.

아니다. 이런 비리에 대해 내부적인 감사로 적발된 인원만 2016년 566명에서 2019년 823명으로 증가했고 그 이유는 금품수수, 증여 또는 향응 외에 내부 정보 유출도 포함돼 있어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이런 중대한 범죄는 총리실이나 국토부가 아니라 감사원이나 검찰이 해야 하는데 조사하다가 내 식구가 걸리면 어영부영 넘어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설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오이밭에서 신발 끈 매는 오해를 사지 않기 때문이다.

신도시 뿐일까. 관급 자재납품에 대한 정치인의 개입이나 지방자치단체장과 관련된 각종 의혹까지 다 파헤쳐야 한다. 차라리 그냥 덮는 게 낫지 않을까. 옛말에 ‘모르는 게 약’이란 말이 있다. 도탄과 실의에 빠진 국민들을 어디까지 몰고 갈 것인가. 해먹는 것도 각자 지닌 재주고 노력이다.

이쯤에서 그냥 덮고 착하디 착한 국민들이 눈물 질질 짤만한 뉴스로 몇 건 도배하면 금방 잊어 버린다. 알아서 뭘 어쩌자는 것인가. 이렇게 파헤치면 안 털릴 인사들이 얼마나 될까.  

공무원윤리강령이나 도덕성은 아예 거론조차 할 수 없는 것이며 이미 세월호 때처럼 침몰해 가는 국가의 기강이 온몸으로 체감된다.

지금으로부터 440년 전 조선에는 경신대기근이 있었다. 현종 재위기간인 1670년과 1671년에 있었던 대기근으로 조선 인구의 1200~1400만 명중 약 90만에서 150만 명이 굶어 죽는 사건이 실제 있었다.

현대판 신축대기근이 우려되는 시점에서 3월에 지급한다는 4차 재난지원금을 몇 차까지 얼마나 더 줄 수 있을까. 따라할게 따로 있지 가난을 구하려 덤비는 것은 무모한 짓이다.

가난은 국가가 아니라 가진 자들의 주머니를 털어 보는 게 낫다. 궁궐의 돈은 한계가 있는 것이고 지방 토호세력이나 이 와중에도 배에 기름이 줄줄 흐르는 계층들에게 과감히 세무조사를 통해서라도 합법적으로 예산을 만드는 게 더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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